삼남매 육아, 현실은 고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삼남매 육아, 현실은 고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세 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흔히들 상상하는 ‘북적이는 행복’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삼남매를 양육하는 부모의 하루는 체력전, 감정노동, 시간 싸움의 연속이다. "셋이 함께 자라면 외롭지 않겠다", "형제자매가 있어 좋겠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부모는 그 말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도전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매일의 치열함 속에서도 문득 아이 셋이 나란히 웃고, 장난치고, 서로를 챙기는 순간이 찾아오면 부모는 자신이 해내고 있는 삶에 대해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글에서는 다자녀 육아의 고된 현실부터, 그 속에서도 길어 올릴 수 있는 기쁨, 그리고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팁까지 담아보려 한다.

 

 

다자녀 육아의 현실, ‘공평함’보다 ‘유연함’이 필요하다

 삼남매를 키운다는 건 각기 다른 개성과 욕구를 가진 세 명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는 일이다. 첫째는 언제나 ‘처음’이기에 실험대상이 되기 쉽고, 둘째는 비교의 대상이 되며, 셋째는 막내로서 가장 많은 보호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종종 “나는 누구에게도 충분하지 못한 부모인 것 같다”는 자책에 빠진다. 특히 한 아이에게 더 집중하는 순간, 다른 아이가 서운해하거나 질투를 느끼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세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려 애쓰지만,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균등 분배가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맞게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셋째가 아기여서 손이 많이 가는 시기라면, 다른 아이들에게는 “조금만 기다려줘, 네가 참아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건네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시간에는 둘째만을 위한 1:1 시간을 만들거나, 첫째와 단둘이 외출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10분이라도 그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쌓이면, "엄마는 나도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감정이 형성된다. 다자녀 육아는 같은 사랑을 세 등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다른 사랑을 주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하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루틴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저녁 시간에는 첫째가 책을 읽는 동안 둘째는 그림 그리기를, 셋째는 아빠와 목욕을 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배하면 부모의 에너지 소모가 한결 줄어든다.

싸움과 소란, 갈등은 일상… 그러나 배움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삼남매가 모이면 항상 시끄럽다. 동시에 말하고, 동시에 울고, 동시에 장난감을 차지하려고 달려든다. 부모가 눈을 한 번 돌리는 사이, 울음과 고함이 섞인 전쟁이 벌어지는 건 일상이 된다. 많은 부모들이 "왜 이렇게 자주 싸우는 거야?"라고 푸념하지만, 형제 간 갈등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다. 문제는 싸움 그 자체보다, 그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부모가 매번 중재자가 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기분이 어때?”, “상대방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 감정에 이름 붙이기와 관점 바꾸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물론 다툼을 줄이기 위해 규칙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장난감은 타이머를 써서 순서를 정하고, 선택권은 요일마다 돌아가게 하면 불만이 줄어든다. 아이들이 “내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감정을 줄이려면,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싸움은 막을 수 없지만, 그 속에서 갈등을 다루는 능력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

그리고 갈등이 생겼을 때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아이는 "엄마가 판단자"라는 생각에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 그렇다고 방치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부모는 심판이 아니라 조력자 역할을 하며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가족 안에서 협력과 양보라는 소중한 가치를 체득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모의 여유가 아이를 지킨다

 체력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다자녀 육아는 부모에게 끝없는 소진을 안긴다. 매일이 고비이고, 밤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문이 반복된다. 그러나 모든 걸 잘 해내려는 태도는 오히려 육아를 더 버겁게 만든다. 집안일이 밀려도 괜찮고, 반찬이 두세 가지뿐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부모가 무너지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가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잠깐의 산책, 따뜻한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영상 몇 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다시 버틸 힘을 얻는다. 배우자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고정된 역할보다, “오늘은 내가 피곤하니 너가 대신해줘”라는 유연한 분담이 오래가는 육아의 핵심이다. 다자녀 육아는 함께하는 팀이 필요하고, 서로의 상태를 살피며 챙기는 것이야말로 가정을 지키는 힘이다.

또한 다자녀 육아에는 예상치 못한 장점도 있다. 형제는 부모가 줄 수 없는 사회성 교육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함께 놀면서 기다림을 배우고, 장난감을 나누면서 양보와 협력의 가치를 체득한다. 부모가 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배우는 ‘관계의 힘’은 삼남매 육아의 숨은 선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모는 ‘완벽한 조정자’가 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두는 것이 더 큰 교육이 된다.

 삼남매 육아는 분명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멘붕이 오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도 크다. 세 명의 아이가 서로에게 배우며, 함께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오늘도 “엄마, 아빠!”를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바로 그 순간들이 부모로서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다자녀 육아로 지치고 있다면,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에요.